KBS 아나운서 박사임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2005 KBS 전국권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한 이선영입니다.

예전에 합격한 아나운서들의 합격후기를 읽으면서 수없이 부러워하고,

언젠가는 꼭 써봐야지 다짐하며 수기를 쓰는 제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는데…

드디어 저도 합격후기를 쓰게 됐네요. 정말 기쁩니다.

많은 도움과 격려를 해 주신 이선미 선생님, 배PD님 그리고 선배님 감사합니다.

마포에서 만난 모든 인연이 제게는 큰 축복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구요.

부족한 제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과도 나중에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먼저 짧게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올해 졸업하고 KBS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올해 신입 사원 중에 나이는

가장 어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제가 빠른 82년생이거든요), 저는 재수생입니다^^;

보통 언론고시에서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 정석을 밟은 것이죠.

아나운서 시험 준비는 4학년이었던 작년 1월에 시작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현직 아나운서를 보며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의지를 더욱 다졌고,

자타공인 막강 스터디에서 반년간 상식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필기 시험에서 탈락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는데요. (하지만 여러분…모두 아시죠? 아나운서 시험은 무엇보다 1차가 가장 중요합니다!!) 올해의 경우 한국어 능력시험은 제가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바람에 2주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긴 했지만 심리적 안정이외에는…^^;

저보다 전에 수기를 올린 유미와 수빈이의 경우를 통해서 대략적인 내용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순전히 이번 시험에 있어 저만의 전략과 과정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사실 작년 스피치랩의 합격 후기 중 <차별화>에 관련된 내용이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올해 저는 “남들과는 다르게!”를 모토로 하여 매사에 임했습니다.

그리하여 계속되는 시험 속에서 제 머리 속을 지배했던 단 하나의 코드는 다름 아닌

“My Style”이었습니다!!

1) MakeUp & Hair

시험 날 아침에는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데요, 그날따라 머리모양이나 화장이

마음에 안 든다면 시험을 보는 중에도 신경이 쓰이고, 결과가 안 좋은 경우 패인 분석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아주 괴로운 경우이죠-_-;) 그래서 저는 메이크업과 헤어의 경우

한 곳을 정하고 다녔습니다. 갈 때마다 전문가와 상의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가며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한국어 능력시험

내년부터는 2월과 8월, 연 2회 실시한다고 합니다.(아직 극비사항이라죠? 아닌가?^^;)

하반기에는 실기에 매진하실 생각이라면, 국어시험은 지금부터 준비하셔서

2월 시험에 좋은 결과 얻으시길!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주 밖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맞춤법과 표기법을 위주로 해서 공부했습니다. 어차피 국어학자를 뽑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세부적인 것까지 다 외우지는 않았구요. 바른말 고운말과 몇몇 교재를 자꾸 보고

정리하며 눈에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도 원했던 만큼 좋은 성적을 얻게 되었구요.

팀장님 말씀으로는, 한국어능력시험은 앞으로도 평소에 얼마나 국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책은 얼마나 읽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주로 읽기와 관련된 문제나

방송 지문을 예로 든 문제가 많았습니다. 재정 국어보다는 수능 문제집이

조금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군요. 올해 복원된 문제들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3) 카메라 테스트 – “자신있는 쪽으로 무조건 튀세요!”

주어진 시간 30초!! 정말 잘 활용해야 하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외모와 목소리,

본인이 자신 있는 쪽을 정하세요. 표정에 자신이 있다면 카메라와의 Eye-contact에 비중을 두시고,

목소리가 멋진 분이라면 처음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할 때 차별화를 두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전자를 선택했는데요. 뉴스 지문이 네 문장이라면, 첫 문장은 정확히 외워서

정면을 바라보고 읽습니다. 이때 동작이나 시선처리는 확실한 것이 좋습니다.

소리에 자신이 있다면 적어도 앞사람과는 확실히 다르게 읽어야겠죠?

단, 어느 경우에서나 실수나 오독은 금물!

4) 스피치문안 작성과 논작문 – “비장의 무기”를 준비할 것!

작년의 경우 주어진 시간 20분 동안 3분 스피치를 준비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필기에 들어가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작성할 때는 이것을 실무면접에서

시킬 것 같아서 서두 부분을 튀게 쓰고, 나머지는 외우기 쉽게 써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실무면접과는 상관이 없었구요.

논작은… 저는 전공에서 단련된 덕분인지 논술이나 글 쓰기에 있어서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다만 시험 보기 몇 주전부터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요즘 우리 시대의 화두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가지 준비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방송 3사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소재…

바로 ‘영웅’이었죠(물론 제 생각^^;). 장길산, 영웅시대 그리고 KBS의 야심작 불멸의 이순신까지…

나만의 글을 써내기 위해, 분명 어딘가에 인용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5장 채우기…정말 힘듭니다. 배점이 높고 길게 써야 할 문항의 경우,

추상적으로 쓰거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기보다는 방송사에서 좋아할 만한 소재를 가지고

근거를 들어 채워나가는 것이 훨씬 지루하지 않게, 논리적으로

글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5) 실무면접 – “적극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상하게도 저는 스피치랩에서 많이 떠느라 제대로 못했는데요^^; 아마도 무대체질인가 봅니다.

시험장 마이크 앞에 서니까 떨리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해 지더라구요.

대기하던 중에 자기소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자기소개는 30초 내로 강하고 간결하게 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중언부언하게 되죠. 저도 생각해 두었던 것을 들어가기 전에

다시 간추려서 되뇌어 보고 들어갔습니다. 자기소개 시에는 “밝게! 당당하게! 자신있게!”를 기억하세요.

다음은 무예독 뉴스가 이어집니다. 맨 앞 차례가 아니라면 부지런히 읽어두세요. 오독은 정말 금물!

마포 가족 여러분이라면 뉴스 때문에 걱정하진 않으시겠죠?^^

내레이션은 눈으로 빠르게 예독하는 동안 분위기와 강조점을 파악해 두었습니다.

어미처리가 좀 까다롭게 된 것이 눈에 들어와, ‘아~ 이 부분을 신경 써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러 넣은 것으로 보여서, 내레이션 점수는 거기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판단이 서더군요. 오프닝은 솔직히 작년이나 올해나 자신이 없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스피치랩 수업을 8월부터 듣게 되었는데요. 뉴스 이외 오프닝이나 MC멘트 등의 연습은

몇 번 해보지 못해서 조금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발랄하고 재밌고 짧게!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분~ 창피해도 선생님 앞에서 자꾸 해보고 지도, 검증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스피치랩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 후회했거든요!)

다음부터는 개별 질문이 이어집니다. 제 경우, 아나운서의 쇼프로 출연에 관한 견해와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또 몇 가지 질문 후, 나가기 전에 갑자기

한 심사위원께서 “싸이월드를 안 하는 자신을 설득시켜 봐라”는 주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장난스럽고 재치있는 멘트로 잘 넘겼는데요, 그 덕에 심사위원 모두 크게 웃고

분위기 좋게 끝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시험을 마치고 예감이 좋았습니다.

6) 최종면접 – “겸손하고 솔직하게”

드디어 마지막 관문… 이 때는 수험자들이 들어오기 전에 사장님 이하 임원진들이

우리의 실무면접 자료를 미리 보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실무적인 것을 시킬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구요. 음~ 소위 최종면접을 ‘인성면접’이라고 하는데 많은 친구들이

편안하게 시험 본 반면, 몇몇은 상당한 압박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저였는데요^^;

심지어 저는 문을 나서면서 정말 서럽게 펑펑 울었으니까요…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흑흑…

최종면접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질문이 시작되기 때문에 자소서의 작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 경우는 물론 작년에 써 둔 것이 있었지만, 아예 처음부터 다시 작성했습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저에게 있어 달라진 점, 주로 강점을 살려 썼습니다.

저는 경력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학연수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여행하고,

그곳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자소서에는 저의 이러한 적극성과 여러 경험들이

아나운서가 됐을 때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 분석해 적었고,

역시나 이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준비된 답변을 드릴 수 있었죠.

하지만 이외의 질문들은 평소 제 생각이나 성격, 사회성에 대한 질문이 주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 때가 아마 국정감사 기간이었죠-_-;)

그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죠. 모든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섣불리 거짓말을 하거나, 아는 척 대답을 했다가는 큰일납니다~

예를 들어, 첫 질문이 “사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나?” 였다면 다음은

“시사 프로그램 보는 것?”-“특별법 위헌 판결에 대한 견해”-“내일 심야토론 주제를 예상해봐라” 등의

순이었습니다.(겁먹지 마세요…이런 질문 받은 사람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전공 때문인 것 같아요. 평소 상식공부하고 신문 꾸준히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약 15분 가량 많은 것을 질문하시던 사장님은 제가 지지 않고(?) 모두 대답해내자,

갑자기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하시며 “내년에도 곤란하고 후년에 오면 우리가 꼭 뽑아주겠다..”는

어이없는(-_-;;)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위원님께서도 더 떨어져봐도 된다시며 계속 부추기셨구요.

저는 여기서 대략…난감했지만, 망설이거나 울면 진짜 떨어질거란 생각에

꾹 참고 웃으며 잘 대답했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사장님께서는

역시나 그냥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키가 얼만가?”-“네, xxx입니다”…

“너무 큰데”…… 아아~ 정녕 제가 미워서 그러신 걸까요? 나와서 목을 놓아 울었지만,

최선을 다했고 할 말도 다 했기 때문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이 후련하더라구요.

게다가 인사부 직원은 제가 들어가서부터 나오기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열 두 번씩 오간다는 말,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종발표가 나기 전까지, 직접 경험해보니 믿겠더라구요.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는 말씀을 붙들고 열심히 기도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합격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정말 기쁘네요^^.

*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KBS 시험전형에서의 제 얘기를 말씀드렸습니다.

일반적인 내용은 많이 아실거라는 생각에, 한 사례로 참고하시라고

일기처럼 솔직하고 편안하게 쓰려고 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운(luck)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면, 행운(good luck)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영원히 가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되는 길,

정말 멀고도 힘듭니다. 저 역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운 좋게도 올해 합격하게 되었죠.

만약 제가 작년에 운 좋게 3차까지 올라갔다고 해서 올해는 붙을거라 자만하며 노력하지 않았다면,

저에게 이런 행운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만큼,

그 이상의 노력은 필수적이겠죠. 올해 실패했다면, 재빨리 실패의 요인을 분석하고

다음 해에 시험 볼 때는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모두 보완하고 임해야 합니다.

저도 부족한 점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시험을 보니, 자신감도 더 생기고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합격 후기를 쓰다보니 약 1년 반 동안의 크고 작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갑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나 저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돼 주신 부모님, 응원해준 동생과 친구들,

부족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이끌어 주신 선생님… 모두모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또 무엇보다 저에게 아나운서라는 소명을 주시고 이루게 해주신 하나님께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저에게 있어 또 다른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저의 출발점이지 목표점이 아니었으니까요. 많이 부족하지만

늘 겸손하게 노력하는 방송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