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김재홍

2005년 KBS 전국권 김재홍

안녕하십니까, 김재홍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감기에 걸린 일이 없었는데, 과분한 행운에 놀랐는지 덜컥 감기에 걸렸습니다.

지금 연신 재채기를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꽤 늦은 나이에 아나운서의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물아홉 가을에 원서부터 덜컥 넣고

떨리는 무릎을 애써 감추며 1차 카메라 테스트에 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서른이 되면서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뉴스, 내레이션, MC를 중심으로

연습하면서 나이제한에 걸리지 않는 모든 방송사에 지원했습니다.

마산 MBC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지역 SO까지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더러는 최종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대개 2차 카메라테스트에서 많이 낙방했습니다.

시험이 없을 때는 방송관련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1분짜리, 2분짜리 더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하다보니 알음알음 관련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용 자료 더빙, 음악회 진행 같은 화면에 나오지 않는 일들,

보수가 많지 않은 일들도 나 같은 아마추어를 써준다는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여러 시험에서 낙방하고 해가 바뀌어 서른한 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해해주던

집에서도 슬슬 다른 얘기들이 나오고 있었고, 내년에는 아예 지원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기 때문에

2004년에 전력을 다해야 했습니다. 게시판을 통해 실기스터디에 가입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하며 느낀 점들이 참 많지만, 아나운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말 <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소중한 스터디 멤버들을 만나서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며 노력했습니다. 공채를 삼개월 앞두고 스터디멤버의 추천으로 마포를 찾았습니다.

스피치랩에서 제가 갖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을 찾아주셨습니다.

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과, 부족한 표현력을 키우는 것.

물론 오디오는 이선미 선생님께서 잡아주셨고, 그동안 혼자서 해결하려고 애쓰던

외모적인 부분들을 도와줄 여러 전문가들도 만났습니다.

KBS전형이 시작되었습니다. 카메라테스트에서는 웃는 인상을 보이려고 노력했고,

필기시험은 독특한 내용을 담으려하기보다 방송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서

평이하고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심화 테스트때는 통일되고 잘 조화된 이미지를 보이려고 노력했고,

다만 한 답변에서는 ‘아, 이 지원자가 저런 면도 가지고 있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최종면접은 그저 윗분들과 편히 얘기 나눈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분위기가

조금 처지는 듯해서 나중에는 약간 스스로를 어필하려는 시도로 마쳤습니다.

꼬박 2년 동안, 그리 마음편치못한 상황에서 한 가지 목표만을 추구하다보니 시야도 좁아지고

고집스러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덧 처음 가졌던 마음도 흐려지고,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길이 고생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전,현직 아나운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밝고 활기차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셨습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그 분들의 삶의 태도를 배우려는 노력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KBS에 붙었다’, ‘아나운서 됐다’,

‘이제 방송에 나온다’ 이런 것들보다 진정 제가 기쁜 것은 앞으로 십년정도

열심히 KBS 아나운서로서의 삶을 살아내고 나면, 그토록 닮고 싶었던

그 선배들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져 있을 제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와 성별과 성격도 모두 잊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주위의 시선은 의식하지 말고

항상 예비아나운서의 모습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많고 소문도 많은 아나운서 시험이지만 그런 얘기들에 현혹되지 마시고

본인의 노력과 재능으로 많은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만 생각하세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친구들이 슬럼프를 겪거나

소문에 흔들리면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복권을 사지 않으면 복권에 당첨될 수 없듯이,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시험은 꼭 치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감기약을 먹고 써서 그런지 참 읽기 불편한 글이 되고 말았네요. 여러분께 많은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이선미 선생님과 여러 강사님, 선배님, 우리 반 친구들과 마포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맺겠습니다.